부동산은 상상력이다.
지금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 부동산 시장에서도 점점 ‘저평가’라는 것이 사라지고 있다. 웬만한 개발계획은 발표되자마자 가격에 반영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은 개발 전 모습이 상당히 낙후된 경우가 많기에 실제 새 건물이 위용을 드러내고 나서야 사람들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론 서울역 근처가 그러한 곳 중 대표 지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서울역 근처를 가보면 참 심란한 상황이다. 노후된 건물들이 하나씩 재건축되고 있음에도, 새 건물 바로 옆의 노후화된 건물로 인해 전체적인 우중충한 느낌은 여전하다. 재개발은 지역 전체의 인프라를 통째로 개선하는 것이어서 재개발 전후의 차이가 매우 큰데, 상업지역의 개별 건물 재건축은 아무래도 그만큼의 효과는 없는 느낌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서울역북부역세권 개발사업과 옛 힐튼호텔 부지의 이오타 서울 프로젝트 두 대형 사업이 서울역 인근의 분위기를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업권이 강한 남대문시장 인근이나 염천교 수제화거리까지 정리되는 날이 오긴 할까 싶은 부분도 있다. 그러나 두 사업 모두 건물 하나만 다시 짓는 것이 아니라 넓은 부지를 한 번에 개발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서울역 인근의 낡고 어수선한 느낌을 상당 부분 없애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1. 서울역북부역세권 사업의 개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서울역 북쪽의 철도 유휴부지를 복합개발하는 사업이다. 개요는 다음과 같다.
- 위치: 서울시 중구 봉래동2가 122 일원
- 대지 면적 : 약 2만 9천㎡ (29,093.4㎡)
- 연면적 : 약 34만㎡
- 건물 구성 : 지하 6층~ 최고 39층, 총 5개동
- 주요 시설 : 전시·컨벤션시설, 업무시설, 호텔, 주거시설, 판매·문화시설. 호텔은 최고급 호텔 체인인 만다린오리엔탈 호텔 입점 예정.
- 일정 : 2024. 12. 12. 착공, 2029년 완공 예정
전시·컨벤션·업무·주거·호텔 등이 결합된 대규모 복합단지로, 흔히 ‘강북의 코엑스’라고 불리는 이유도 서울 강북권에 대형 MICE 시설과 호텔, 업무시설이 함께 들어오기 때문이다.

2.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이 기대되는 이유
1) 건물 한 동이 아니라 넓은 부지를 한꺼번에 개발한다
가장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은 역시 면적이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은 기존 건물 하나만 재건축하는 사업이 아니라 넓은 철도 유휴부지에 최고 39층 규모의 건물 5개 동이 한꺼번에 들어선다. 이 정도 규모라면 해당 사업부지만 깔끔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보행환경과 상권, 인근 노후 건물의 개발 가능성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2) 서울시가 서울역 일대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기대되는 점은 서울역북부역세권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지대한 관심이다.
서울역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교통 관문이지만, 역사 주변 환경은 그 위상에 비해 낙후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서울시는 이 사업을 서울역 근처 정비 사업의 단서로 삼고자 하는 의지를 여러 번 강하게 표출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사업이 단순히 사업부지 안의 건물만 완성하는 것으로 끝나기보다는, 서울역 주변의 보행환경과 도로, 공공공간을 개선하는 후속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큰 사업이므로 이 사업에 할당된 공공기여 액수도 거액일 터라 이 공공기여로 도로도 넓히고, 공원도 만드는 등 큰 폭의 주변 정비 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 초고급 호텔과 컨벤션시설이 함께 들어온다
일반 오피스빌딩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초고급 호텔과 대형 전시·컨벤션시설이 들어온다는 점은 환경 개선의 수준을 기대하게 만든다.
업무시설만 있는 지역은 평일 출퇴근 시간에만 사람이 집중되고, 저녁이나 주말에는 공동화되기 쉽다. 반면 호텔과 컨벤션시설, 판매·문화시설이 함께 들어오면 관광객과 비즈니스 방문객, 일반 이용객이 하루 종일 드나드는 지역이 될 수 있다.
특히 만다린 오리엔탈과 같은 최고급 호텔이 운영되려면 호텔 건물 내부뿐 아니라 진입로와 보행동선, 주변 경관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해외 고위급 인사나 구매력이 큰 이용객이 방문하는 곳으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 개선도 일반적인 업무시설 개발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3.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의 과제
1) 청파로 교통체증은 어떻게 해결할까?
서울역북부역세권 사업부지는 뒤로는 좁은 청파로와 맞닿아 있고, 앞으로는 철길에 막혀 있다.
대형 오피스와 호텔, 컨벤션시설이 운영되기 시작하면 출퇴근 차량뿐 아니라 행사 방문객과 호텔 이용객, 물류·서비스 차량까지 몰리게 되어 좁은 청파로 일대의 교통체증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래도 청파로 쪽 도로의 기부채납이 이루어질 것 같은데, 부디 방문객들에게, 그리고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이 제공되도록 충분한 도로 확장과 진출입로 구성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2) 철길을 덮는 덮개공원은 불가능했을까?
철길 방향에는 서울역과 사업부지를 연결하는 공공보행통로가 계획되어 있다. 그런데 조감도를 보면 공공보행통로가 비교적 좁은 연결다리처럼 보여 아쉽다.
철길 바로 옆이 또 대로이니 그 큰 폭의 도로들을 넘어 연결할 필요성이 있어 이렇게 계획된 것 같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부지 면적에 비해 구성된 연결로의 규모는 아쉬운게 사실이다.
여기에 철길 소음이나 단절성을 생각하면, 아예 철길을 덮는 덮개공원 방식은 논의될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특정 아파트 단지들과만 연결성을 높이는 한강보다 여기가 덮개공원이 먼저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4. 현재 서울역북부역세권 공사 진행 상황
착공 후 한동안은 펜스 안에서 기반공사만 이루어져 외부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는데, 최근 서울역 근처를 지나며 살펴보니 이제는 지상 구조물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건물이 올라오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보통 대형 건축물은 지하층과 기초공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지상층 골조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외부에서 느껴지는 공사 속도는 훨씬 빨라지므로 지금부터는 서울역이나 청파로를 지날 때마다 건물의 높이가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그동안 개발계획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서울역의 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래 사진은 지난주 직접 서울역 인근을 지나며 촬영한 현재 공사 모습이다. 원래는 영상을 찍었는데 티스토리는 영상 업로드가 안되네..

5. 마치며
대형 개발사업이 완료되어 그 지역에 돈이 돌기 시작하면 인근 지가가 상승하여 근처 건물들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고가 임차인을 유치하게 되는건 대형 개발사업 인근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다.
이미 서울역 옆에 서울로가 들어오고, 서울역센트럴자이나 서울역한라비발디 등 주변 아파트 재개발이 된 2017년 즈음부터 서울역 뒤쪽이 꽤나 단정하게 정비되고, 트렌디한 상점들이 입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주거지도 아닌 상업·업무시설 중심의 대규모 개발, 그것도 호텔과 컨벤션시설을 포함한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공공기여 때문이든 지가 상승의 영향이든 주변 인프라와 환경이 또 한 번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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